오래된 당구공은 코끼리의 어금니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당구공 한 벌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상아가 필요했을까요?
상아공의 시대
오랫동안 당구공의 이상적인 재료는 상아였습니다. 단단하고 탄성이 좋으며 소리와 반응이 알맞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계도 컸습니다.
- 상아는 한 개의 어금니에서 얻을 수 있는 공의 수가 적었습니다.
- 습도와 온도에 따라 모양이 미세하게 변해 공이 완전한 구가 되기 어려웠습니다.
- 값이 비싸고 공급이 불안정했습니다.
셀룰로이드의 등장
1860년대 말, 미국의 존 웨슬리 하이엇(John Wesley Hyatt)이 셀룰로이드를 개발했습니다. 당구공 제조업체가 상아의 대체재를 찾는 이에게 상금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하이엇의 발명이 그 계기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상금 액수와 세부 경위는 자료마다 달라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셀룰로이드는 상아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습니다. 깨지기 쉽거나 불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그래도 새로운 재료 실험의 문을 열었다는 의미가 컸습니다.
페놀 수지 공의 보급
20세기에 들어 페놀 수지(열로 굳혀 만드는 단단한 합성 수지)가 개발되면서 당구공은 한 단계 도약했습니다. 크기와 무게가 균일하고, 오래 써도 모양이 변하지 않으며, 대량 생산이 가능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대회와 당구장이 이 계열의 수지 공을 쓰고 있습니다.
재료가 바꾼 것
재료가 바뀌면서 당구공은 '귀한 물건'에서 '믿을 수 있는 규격품'이 되었습니다. 균일한 공이 대량으로 공급되자 경기의 공정성도 높아졌습니다.
상아공과 수지 공의 차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아
- 모양
- 습도·온도에 따라 미세하게 변함
- 크기·무게
- 개체차가 컸음
- 공급
- 값이 비싸고 불안정
페놀 수지
- 모양
- 오래 써도 변하지 않음
- 크기·무게
- 균일함
- 공급
- 대량 생산 가능
규격이 생기다
공의 재료가 안정되자 경기별로 지름과 무게의 기준이 정해졌습니다. 캐롬 당구의 공과 포켓 당구의 공은 크기가 다르고, 종목마다 허용 범위도 있습니다. 상아 시절에는 같은 이름의 공이라도 개체차가 컸지만, 합성 재료가 보급되면서 이 차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균일한 공은 경기의 기록을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해 준 조건이기도 합니다. 또한 상아 사용이 줄면서 코끼리 보호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도 합성 재료가 한몫을 했다고 평가됩니다. 재료의 변화는 기술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의 변화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공을 바라보는 법
지금 당구장에서 쓰는 공은 어느 것을 집어도 거의 같은 무게와 크기를 가집니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앞에서 본 상아의 개체차를 떠올리면 이 균일함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공마다 반응이 다르다면 연습으로 쌓은 감각도 믿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초보가 알아 두면 좋은 점
공이 더러워지면 천 위에서 구르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으니, 경기 전 공을 닦아 주는 습관은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또 공 표면에 큰 흠이 생기면 진행 방향이 흔들릴 수 있어서, 눈에 띄는 손상이 있다면 매장에 알리는 편이 좋습니다.
재료의 역사는 먼 옛날 이야기 같지만, 우리가 매번 같은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역사의 결과입니다.
공의 재료가 안정되었기에 그 위에서 쓰이는 큐와 테이블도 함께 정밀해질 수 있었습니다. 장비의 발전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이루어졌습니다.
오늘의 당구장에서
지금도 공의 무게와 지름은 경기의 기본 조건입니다. 큐와 공이 만나는 순간의 성능을 숫자로 비교하는 기준은 큐 성능 표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료의 역사는 결국 '더 일정하게'라는 방향으로 흘러 왔습니다.
참고 자료
- 위키백과 「Billiard ball」 항목(영문·한글)
- 당구공 재료의 발달을 다룬 공개 개설 자료의 공통 사실만 참고
위 자료를 참고해 한국당구표준협회가 직접 쓴 글입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확인이 어려운 내용은 「전해집니다」로 표기했습니다. 오류 제보는 환영합니다.